20230317 일상, 예의, 회사생활에 대한 생각
1. 일상: 오랜만에 바보짓이랄까
사실 최근에 뭔가 바쁜 일들이 많이 겹쳤다. 바쁘다고 할 건 없지만 뭐랄까, 전에 자격증 공부한다고 그리고 취업준비 한다고 만나지 않았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더이상 미룰 수 없어서 하나 둘씩 약속이 생겼고 이를 거절하기엔 나는 더이상..
절친한 친구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
거기에, 내가 예전부터 알아왔던, 지금 미국에 사는 내 친구가 몇년만에 서울에 놀러와서 그 친구와도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면 만나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약속잡는게 실제로도 큰 문제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수요일 오후 에 면접이 있긴 하지만 서류야 뭐.. 전날에 뽑으면 되는 거고, 수요일 5시까지 삼성 화재 서류를 내야하지만 자기소개서를 거의 써놨었기에 반차 -> 면접 -> 서류제 줄 이렇게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면접 전날인 화요일 저녁, 퇴근하고 집 근처 알파문구에 들려 제출해야하는 서류를 모두 인쇄했다.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영어 성적까지. 그리고 전철역에서 등본과 초본을 뽑아 집에 고이 모셔뒀다. 뭔가 빠트린게 있는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이런 생각은 항상 드는 생각일 뿐이야 하며.. 나를 위안했다.
다음날, 적당한 핑계로 반차를 쓰고 집에 와서 머리를 하고 면접장으로 출발했다. 1시 30분 면접인데 30분 전까지 오라고 했으니, 12시 50분쯤까지 가면 적당하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12시 45분쯤 건물 7층에 도착해,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데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면접 진행 요원분께서 신분증이랑 문진표 부탁드릴게요 라고 하는 순간, 내가 문진표를 깜박하고 뽑지 않았음을 인지했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아랫층에 서류를 놓고와서 잠시 다녀와도 될까요? 라고 말하고 1층에 내려와 근처 인쇄 될만한곳을 탐색했다. 어쩌면 지하철역에 일하는 분들이 계시니 부탁하면 한번쯤 해주시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전화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정말 준비된 인재가 맞을까? 라고.
아 이렇게 내 인생은 망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카카오맵에 찾아보니 걸어서 5분 거리에 인쇄소가 하나 있었다. 미친듯 달려가 천원을 내고 문진표를 뽑아 다시 건물로 올라가니 1시 5분이였다.
이미 땀범벅이 된 나를 보고 면접 진행요원분들은 괜찮냐며, 화장실 먼저 다녀오라고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미 요원분들이 인쇄해둔 문진표 뭉치가 눈에 들어왔다.
아..............
어쩔 수 없지.. 자리에 앉아, 왜 늦었는지 적당한 거짓말을 둘러대고 서류를 제출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려 땀을 닦고, 넥타이를 고쳐매고 면접에 들어갔다.
면접장에 들어가서는, 내가 첫번째 순서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아까 외운 1분 자기소개가 머릿속에 남아있나?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행히, 엄청나게 긴장한 것과 다르게 머릿속에 생각했던 대로 1분 자기소개를 잘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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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면접을 마치고는.. 5시까지 제출해야했던 삼성화재 이력서를 제출하러 카페에 가서 서류를 작성했다.ㅋㅋㅋ 그건 그거고 할일은 해야지; 그러고 나서야 한숨 돌리고, 그래도 면접은 준비한 대로 잘 본 것 같은데?하고 생각했다. 흠.. 어떻게 되겠지..
2. 예의있는 퇴사가 있을까?
면접 다음날 아침, 매일같이 출근했다가 이런 메세지를 받았다. 뭔가 신청 해야하는데 나중에 쓸일이 있을 수 있으니 내 계정으로도 하나 신청해두겠다고.
그 얘기를 듣고,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만약 내가 다른 곳에 가버리면, 얘는 나중에 이걸 취소하는 절차도 해야할텐데...
이번엔 전형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이 돼서, 다음주 월요일에 결과가 나온 뒤 수요일에 연수원에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월요일에 퇴사를 고지하고 화요일까지 비품 반납등의 마무리를 모두 해야하는 일정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을 했다. 사실, 내가 팀장님한테만 반차쓴다고 얘기하고 동기들한텐 얘기를 안해서 내가 반차 썻다고 하니까 팀내 동기들(두명)이 어제 무슨 일 있냐고,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연락을 해서.. 상당히 죄책감을 느꼈다. 이 둘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데 나는 거짓말하고 나갈 궁리만 하고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더이상 이 친구들을 귀찮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한명에게 먼저 얘기를 했다. ~~이런 사유로 어제 반차를 썼고, 안될 수도 있지만 만약 내가 나가게 되면 너무 급하게 이것저것 해야해서 미리 말하는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라고 얘기를 했다. 다행히 잘 이해해줬고, 같이 업무 중인 다른 동기한테도 얘기를 해서 다음주에 잘 되든, 안되든 말해주겠다고 얘기했다.
솔직히 이렇게 말했는데 안되면 나도 부끄러울 것 같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합격하게된다면 급박하게 퇴사하는 상황에서 내 퇴사 절차를 밟아주느라 이것저것 더 신경 수 밖에 없는 동기들에게는 그런 가능성도 있다고 미리 말해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인수인계같은거 할 시간도 없으니..
팀장님께도 죄송하지만..ㅡㅜ 팀장님한테 말할 수는 없으니까... ㅠ 팀장님도 다음날 걱정해주셨는데..하 어렵다. 하지만 예의있는 퇴사란게 있을까, 생각해보면 날 위한 선택을 하는게 맞으니까.
그 외 1. 전역하자마자 취업하고, 취업하자마자 이직준비를 하면서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을 최근에 몇번 봤다. 빨리 붙어서.. 친구들도 더 자주 보고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 2. 뭔가 안될 것 같다. 느낌이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