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만에 좀 우울한 얘기이다.
나가면 하고싶은게 정말 정말 많았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뛰라면 뛰고. 조금 실수하면,조금 늦으면 욕먹고 혼나고, 소리지를 때도 있고, 그때마다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합니다 뿐이고.
먹고 싶은거 못 먹고 입고 싶은거 못 입고 하고싶은거 못 해도, 눈 뜰때부터 눈 감을때까지 사생활이라고는 1분도 없다고 해도 나는.. 꽤 열심히 일 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 혹은 내 경력과 아무 관계도 없는 곳에서, 내 스스로 나에 대해 별 결정도 내릴 수 없는 곳에서 그래도 내가 참고 열심히 부대의 일원이 되어 살려고 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언젠간 끝나니까, 끝나면 하고싶은 것도 하고 먹고 싶은것도 먹고, 내 자신에 대한 내 인생을 위한 결정을 내 스스로 내릴 수 있는 시간이 언젠가 다시 찾아오니까.
그런데 지금 .... 딱히 전역이 기대되지 않는다. 군생활이 어떤지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한적도 없으면서 군대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누나들과 많이 아픈 엄마. 외부적 요소가 상당히.. 날 짓누른다. 그리고 당장 만약 지방에 취업하면 자취방 보증금에 자동차는 어떻게 할것이며, 만약 취업을 당장 못한다고 하면 그 다음 취업준비하는 동안 생활비는 어떻게 할지.
어쩌면 나는.... 운이 좋다면 나 혼자서 많은 일을 해결하고 조금 안정적인 삶에 가까스로 안착하여, 누군가에게 다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뭐 큰 도움 이런거 아니고 그냥 누군가가 의지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하지만 나는 지금............. 누구에게 내 어깨를 내어줄 상황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일년 하고 6개월이 넘도록 내가 달려올 수 있었던 그 목표가 아주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먹고싶은거 못 먹고 하고싶은거 못 하고.. 참아왔던 그 시간들 그 노력에 대한 끝을 누가 갑자기 치워버린 것 같다.. 당장 나가서 옷을 산다면, 여행을 간다면, 치킨 하나라도 시켜먹는다면 나는 눈치없이 속편한 사람, 철 없는 사람으로 치부될 것 같다. 내가 내 의지와 관계없이 얼마나 통제된 삶을 살았는지는.. 이미 보잘것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너무 답답하다. 내가 이만큼 노력했어도 그 노력과 그 시간이 아무런 보상없이 이렇게 쉽게 취급되어질 수 있는거라면 나는 앞으로 무슨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 할까? 그 또한 결국 누군가 ‘그거 별거아니야’라고 누가 해버릴 수 있는거라면.
난 지금, 내가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고생했다고, 내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는 하고싶은거 하고 쉬고싶은 만큼 좀 쉬어도 된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왜 내 인생에 그런 사람은 단 한번도 없었던걸까? 왜 내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내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없었던 걸까?
누나 셋, 엄마 이렇게 다섯명이서 자라며 나 혼자 남자로 크면서 힘든 부분이 정말 많았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는, 나는 남자라서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말이였다. 어릴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공감능력이 정말 좋았으면 절대로 내게 군생활 편하게 하고와 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을거니까.
전역하면 가장 듣고싶었던 말은 ‘수고했어, 이제 조금 쉬어도 괜찮아’ 라는 말이였는데 .. 내 평생 그 말을 들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인생에 전역은 단 한번이니까, 그리고 내 가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내가 쉬길 바라지 않으니까 .......... 난 지금 너무 너무.. 내가 기댈 누군가가 필요하지,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힘이 없다. 가족들 말을 듣는 척 하고 취업 될때까지만 같이 살다가 바로 독립해버리면 되긴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 방법을 좀 찾아봐야겠다, 이 인생을 다시 굴려보고싶다면.
원래 처음 티스토리를 시작한 이유 자체가 이런 누구한테 말 할 수 없는 말들을 혼자 일기처럼 쓰려고 했던건데, 유입같은걸 보면 내 일기를 읽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뭔가 우울한 얘기를 쓰기가 조금 미안해진다. 그런데 그런거까지 신경쓰기에는 정말 너무 ... 내 감정을 말 할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