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얘기들/군대얘기(입대~전역)

공군 훈련소는 어떨까? 화생방, 유격, 행군 등등

RyanKwon 2022. 11. 1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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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20년 6월 29일에 입대했다.

솔직히 이제 기억이 흐릿해져서 .. 막 길게는 못쓸 것 같고 간단하게 곧 공군 입대할 친구들에게 참고가 되도록 간단하게만 적어보려고 한다.

 

그 당시 기억을 끄집어 내서 쓰다 보니까 불쾌했던 기억들도 조금 포함돼있어서 이미 전역한 사람들은 안 읽는걸 추천한다.

 

 

1. 전체적인 분위기

 

힘들다. 빡세다. 강압적이다. 자는 시간이 아니면 어느 시간에도 누울 수 없고 조교가 하라면 뭐든 다 해야한다. 본인이 누군가의 장난감 혹은 강아지가 되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멘탈이 상당히 힘들다. 한명의 사람으로 존중받고 취급받던 자신은 더 이상 없다. 군대니까 당연히 이래야지, 라고 생각할만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있지 않아서 더 버티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참자.

 

더러 까지는 아니지만 우는 친구 한명을 본 적 있다. 정말 그 친구를 한심하다고 할 수 있을까? 훈련소에서 적응을 못하면 퇴소처리가 된다. 그렇다고 해도 본인이 한국 남자라면 또 다시 입대를 하고 그 훈련소 기간을 버텨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 사회생활이 불가하기 때문에, 좆같아도 참고 견디자. 어쩔수없잖아. 좆같다고 그만두고 나오면 인생 스케쥴만 더 꼬임.... 이걸 조교들도 알고있기 때문에 더 막대한다. 어차피 내가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그냥 힘들구나, 생각하고 가면 오히려 생각만큼 힘들진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2. 1대대, 2대대, 3대대, 4대대

 

공군 훈련소에는 총 4개의 훈련대대가 있다. 통상 3대대가 제일 편하고 1대대가 제일 빡세다고 한다. 절대로 내가 1대대 나와서 그런게 아님. 3대대가 시설도 가장 좋다.

 

이거는 어차피 본인 선택이 아니라 엑셀로 ^^; 배정하는거니까 그냥 ..알아만 두자.

 

 

3. 유격

 

유격은 유격 체조, 유격으로 나뉘는데 공군은 자대 배치받고 나서는 유격 할일이 없다. 공군은 대신 표준화평가(ORI, ORE)류의 기간이 있어서 그때 직무적으로 조금 일 할게 많다 뿐이지 아무튼 자대가서는 유격은 안함.

 

나는 비가 많이와서 유격은 안하고 유격 체조만 했는데.. 아침 오후 합쳐서 5시간? 6시간? 진짜 개힘들다. ㅋㅋㅋ.. 개 힘들고 몸이 안 따라주지만 그러면 조교가 와서 왜 열심히 안 하냐고 갈군다. 못하면/안하면 뒤에 가서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정신을 차리자? 와 같은 구호를 외치게 된다. 진짜 개 힘들고 나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날 중 하나로 이 날을 꼽는다. 다음날부터 며칠간 온몸의 근육이 쑤시는 경험을 하게된다.

 

이 얘기를 여자인 가족들한테 했는데 웃더라. 웃으라고 한얘기가 아닌데 흠.. 남자로 사는건 참 힘든 일이다.

 

 

4. 행군

 

행군 교육을 받았던 날에는 이때 반바지를 입고 땡볕이 내리쬐는 연병장에 다같이 모여서 행군시 알아야 할것들을 배우는데 이 당시에 허벅지쪽이 다 탔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행군은 할만함. 가방이 무겁지만 죽을정도는 아니다. 행군 시작하고 나서는 다들 농담도 하고 웃으면서 걷는데, 걷기 시작하고 한 2시간 지나면 슬슬 다들 말이 없어진다. 힘들다. 

 

나는 행군이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기보단 고속도로를 걷고 산을 걸으면서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 나라 누구하나 알아주지 않는 이 짓거리를 벌처럼 하고있을까?

 

이런 마인드셋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남자는 노예구나, 생각을 하고 걷다보면 끝이 난다.

 

 

5. 화생방

 

하필 화생방 했던 날만 ..날이 엄청나게 뜨거웠다. 화생방 교육장까지 거리가 결코 가깝지 않기때문에 가는길에 땀이 많이 난다. 

 

가면 방독면을 어떻게 착용해야하는지, 화생방실 안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방독면 쓰는 연습을 하는데, 1분안에 매야되나? 뭐 그런 룰이 있다. 당연히 처음 하는거니까 어렵고 오래걸리고 하는데 우리는 5분?인가 시간이 걸려서 방독면을 쓴 채로 엎드려 뻗쳐를 약 5분간 했다.

 

그러고 다시 시킨다. 그럼 애들이 확실히 말을 잘 듣는다.

 

하지만 여전히 느리기 때문에 우리는 또 4분인가 시간이 걸려서 방독면을 쓴 채로 엎드려 뻗쳐를 4분간 했다.

 

그 더운날 시발.. ㅋㅋ 차라리죽여....ㅋㅋ 일년같은 시간이 지나고 화생방실에 들어갔고 어찌저찌 잘 끝냈다. 센척하던 애들이 꼭 나가려고 하는건 국룰이다.

 

화생방 가스는 갈고리처럼 되어있다고 한다. 눈을 감고 맨살에 노출되는 곳이 없게끔 옷을 입고 화생방실에 들어가야 고생을 덜 한다. 아무튼  저 기합만 없으면 할만할거임.

 

 

6. 사격

 

사격은 총 수 회 가량 하게되는데 연습 사격이 있고 나중에 특기를 정할때 쓰는 평가 사격?이 있다. 가면 다 가르쳐주는데 사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견착이다. 견착만 잘하면 잘 나온다. 평가때 총 20방 쏘는데 나는 20방 다 명중함 ㅎㅎ

 

총소리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고 무섭다. 사격장에서는 물리적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여자 조교가 발로 동기를 걷어차서 나중에 중대장한테 이야기 했었던 것 같다. 남자 부사관들은 오히려 무서워도 잘 하라고 격려해줬었는데 그 미친여자는 지금 생각해도 또라이다. 그 여자는 여자 병사가 들어와도 엎드려 뻗쳐있는 상태에서 발로 차서 넘어트리고 그랬을까? 확실히 그 여자는 좀 맞아야한다.

 

 

 

그 외 힘들었던 점들. 알아두고 가야 덜 힘들다.

- 나는 7월 내내 훈련소에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2020년 7월 전국 날씨를 찾아보자. 훈련소에 있었던 5주 중 비가 오지 않았던 날은 행군 0교육을 받았던 날, 화생방 훈련을 받으러 갔던 날 정도만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냥 정말 덥고 습하고.. 싫었다.

우비를 계속 입고 다녔는데 우비도 말리고 평소에 입는 군복도 계속 빨아야지 수건에 방독면도 빨아서 그 작은 건조대에 다같이 말려야 하고 뭐 그랬다. 

 

- 나는 유격체조 중 안경을 떨어트렸다. 심지어 군화로 안경을 밟아서 안경이 박살이 났다. 그리고 안경을 줍기까지 걸렸던 1초의 시간동안 고민을 했다. 지금 안경을 줍지 않으면 남은 훈련소 생활, 특기학교 생활은 어떻게 하지? 하지만 지금 동작을 멈추고 안경을 줏으면 옆에 조교가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객관적으로 보면 당연히 안경을 줍는게 맞지만 당시에는 절대 동작을 멈추지 말라고 평생 먹을 욕을 다 쳐먹기 때문에 그 짧은 1초동안.. 무수히 많은 생각을 했다. 결국은 부서진 안경을 주워서 쓰고 안경 주워서 쓰려고 잠깐 동작을 멈췄다고 하니까 어쩌라고, 라는 말과 함께 욕먹고 팔굽혀펴기를 했다. 심적으로는 이 날 가장 힘들었던듯. 안경이 부서져서;; 이 이후로 자대 배치받을 때까지 약 6주동안은 안경을 그냥 코에 걸치고 다니는 정도로만 썻는데 이 때 눈이 많이 안좋아졌다.

 

- 군가 외울 시간이 별로 없다. 틈틈히 가르쳐주는데, 우리쪽 조교가 깜박하고 안 가르치면 다른쪽 가서 괜히 우리만 욕먹는다. 하지만 하는 수 없다. 모르는데 어떻게 외움; 나는 1대대가, 멸공의 횃불, 공군가, 훈련단가, 푸른소나무, 멋진 사나이, 진짜 사나이, 빨간 마후라, 흠.. 이정도만 배웠다. 멸공의 횃불은 육군 노래라고, 가르치긴 하는데 잘 안부른다.

 

- 샤워 시간은 5분?정도 줬던 것 같다. 방에서 나가서 옷벗고 씻고 닦고 다시 들어오는 것 까지 5분. 처음엔 개짧은데 하다보면 적응된다. 근데 빨리 하다보니까 샤워를 하나 마나 땀이 또 개많이나서 ... 진짜 하나 마나였다.

 

- 여름에 가야 좀 덜 다치는 것 같다. 빨리빨리 움직여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추워서 근육도 경직된 상태에서 갑자기 움직이면 다칠 수도 있을듯. 그래서 나는 여름에 간걸 후회하진 않는데 정말 땀이 엄청 많이 났다. 어디 아픈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말 종일 땀을 흘렸다. 같은 훈련소 동기가, 한번은 땀이 몇방울 있나 셌는데 1분동안 칠십 몇방울 땀이 났다더라.

 

- 무리해서 뭘 하지는 말자. 모 소대에서는 소대장이 애들 근력 늘린다고 할 수 있을 만큼만 스쿼트, 팔굽혀펴기를 시켰는데 한명이 스쿼트를 무리하게 해서 근육이 파열돼서 훈련소에서 쫓겨날 뻔 했다. 그리고 유격 중 더위먹어서 응급실에 실려간 친구도 있다. 정말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말하자. 지금 현역 입대 기준이 너무 낮아져서 실제로 몸이 안좋은 친구들도 많이 현역으로 가는 상황인데, 못하는건 본인 잘못이 아니고 반드시 군대를 다녀와야만 1명의 몫을 하는 것도 아니다. 

 

- 옆 중대는 샤워 중 너무 시끄럽다고 옷 한벌을 안입히고 그대로 복도로 불러내서 기합을 시켯다. 뭐 소대장한테 찔럿다고는 하던데 공군 훈련소에서는 좋은 조교가 아니라 훈련병들이 싫어하는 조교가 참조교라고들 서로 이야기 한다고 그러더라. 고쳐질까 모르겠지만 그런 일도 있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썰이 너무 너무 많지만 기억이 안나서, 나중에 추가하려면 추가할듯?

훈련소 관련해서 궁금한거 있으시면 댓글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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