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왔다. 서울도 비가 왔다고 하던데,, 물어보니 생각만큼 많이 오진 않았다고 하더라. 만약 서울에 있었으면 오늘같이 비 오는 날 뭘 했을까? 그동안 비 오는 날 내가 뭐 하길 좋아했더라... 비 하면 생각나는건 글쎄.. 한창 수능공부를 하러 혹은 과제를 하러 신림 탐앤탐스까지 새벽에 곧잘 걸어가곤 했던 때, 아직 줄이 달려있던 이어폰을 끼고 우산을 쓴 채 길거리를 걷던게 생각이 난다. 그리고 또.. 음. 비 오는 날 내가 뭘 하곤 했었지? 분명 비 오는 날 뭐라도 했을 것 같은데... 학교를 다녔던 때라면 글쎄 언제나처럼 비오는 거리를 즐기며 카페에 가서 과제를 했을거고, 집에 오는 길에 컵라면을 사왔을 것 같다. 이 외에는 글쎄... 기억이 안난다.
이전 글에도 뭔가, 썻던 느낌이지만 군대에 있다는 것의 안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사회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까먹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였지? 전역한 직후의 사람들이 많이들 하는 얘기 중 하나는, 전역을 하면 엄청나게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거다. 그냥 아무런 기분도 없이, 내 650일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듯, 마치 내가 군대안에 있었던 시간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듯..하다는 거다. 아직 전역하려면 몇달정도 남았지만 벌써 그 기분이 어떨지 어렴풋이 가늠이 된다. 이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고 엄청나게 긴 시간을 보냈지만 나와서 보면 내가 해결해야하는 혹은 내가 맞닥뜨리는 일들은 21개월전, 군입대하던 그 시점 직후에 일어났어야할 일들...인거랄까.
일기를 쓸 때면 감성적이게 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기에 쓸 말이 좀 우울한 것 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울하다. 애초에 블로그를 다시 한 이유중에 하나도 그거긴 하니까.. 원래 네이버 블로그도 있긴 하지만 아는 사람들이 꽤 팔로우를 하고있어서 거기에 우울하다는 내용의 일기를 써봤자 남 걱정시키기나 할 뿐 어차피 나한테 도움되는건 없다. 그들이 내 우울함을 안다고 해서 내게 뭘 해줄 수 있는것도 아닌데 굳이 남까지 우울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동기중에 그런 친구가 있다. 자대배치받은 그 바로 몇주 뒤부터 매일같이 자기 할 것만 하는 친구. 공부라면 공부 게임이라면 게임 독서라면 독서. 부대 생활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싫어할 사람도 잇을지 모르지만 어쨋든 부대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보단 자기자신에 집중하는 친구이다. 그 친구의 속마음이 어떤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나도 처음부터 그렇게 군생활을 했어야 맞나 싶기도 하다. 물론 나는, 종일의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전부 다 따라서 실행한다음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오늘도 생산적인 하루를 보냈어, 라고 매일같이 반복하는 삶을 살기에는 감성적인 면이 무시할만큼 작지가 않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걸 내가 좋아하지를 않는다. 그건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ㅋㅋㅋ 내 기준에. 뭔가 남 욕하는 것처럼 되버렸는데..; 그냥 나는 그렇게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 안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거라곤 숨쉬기뿐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우울함을 느끼지 않는건 사실 모른척이 아닌가 싶다.
다시 처음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군대는 사람의 존재를 지우는 곳이다. 원래 하나의 개인으로 존재하던 나는 쓱쓱 지우고 그냥 부품 하나가 돼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잊고싶지 않다. 그리고 이 안에서는 부품으로 존재했다가 군생활이 끝나면 개인으로 존재했던 그 시점부터 다시 ‘나’가 시작하는 그런... 것이 되고싶지 않달까.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지만 글쎄 이런거 참는게 사회생활이라면 나는 결혼은 못 할 것 같다. 이런거 참고 사회생활 할 순 없으니까. 책임질 사람은 만들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오늘 처음으로 백준 사이트에서 문제를 풀었는데 마침 딱 배너에 카카오 블라인드 채용 광고가 있었고 다다음주 토요일에 시험이길래 채용에 지원했다. 실제로 붙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기보다는 그냥 연습겸 테스트겸.. 뭐 그런느낌. 잘 되면, 군생활을 내 전역 후 일상과 완전히 분리시키지 않아도 될테니- 멈췄다가 다시 걷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적을 것 같고 만약 잘 안되면.. 흠. 글쎼.. 시바 잘하는새끼들 왜이렇게 많아? 이러고 공부할테니 조금이라도 시간이 빨리 갈 거고.
어차피 잘 안되겠지만ㅋㅋㅋ 그래도 혹시라도 1차테스트 붙으면 좋긴 하겠다. 군대에 있어서 날 멈춘게 아니라, 내가 능력이 안되서 공부하느라 그동안 날 잠시 멈춰뒀던 거라고 자기위로정돈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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