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얘기들/200629~220328 내 군생활(일기)

210816 코로나 바이러스로 바뀌는 세상.

RyanKwon 2021. 8. 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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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6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세상이 바뀌고있다는 말은 많이들 들어봈을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겪은 2년의 시간 동안 이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실제로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그런 저런 뉴스에서 하고자하는, 코로나가 세상을 어떻게 바꿧는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것인지 하는.. 그런 얘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내 글은 그냥.. 그러한 현상을 맞닥뜨리는 과정을 기록한거라고 볼 수 있겠다.

미루다보니 지금에서야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내가 처음 이 글을 쓰려고 했던 계기는 약 3주 전에 발생했다. 여느날처럼 일과를 끝내고 친구와 카카오톡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꽤나 눈길을 사로잡는 뉴스 헤드라인이 있었다. 가로수길 커피스미스 폐점. 가로수길을 자주 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헤드라인이 왜 내게는 꽤 충격적이게 다가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 커피스미스는 내게 있어서 가로수길의 상징과 같은 것이었다. 굳이 들리지 않아도 이 곳을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이게 가로수길이지 하는 느낌을 주는 곳이 바로 커피스미스였다. 길가로 난 부분이 전부 창문으로 돼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좋은 날이면 창을 모두 걷어내 마치 길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여기를 지나칠 때에는 오늘도 가로수길은 여전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때문에 계속 생활이 통제되고 제대로 된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가게들이 폐점하고 있다는 소식은 작년부터 들은 바 있다. 그리고 커피스미스 가로수길점의 폐업은 내게 뭐랄까.. 경종과 같은 것을 울렸다. 아, 더이상 세상은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겠구나. 물론 누군가에게는 애플스토어가 금방 가로수길의 상징을 대체하게 되겠지만, 사람들 모두 다 마음속에 뭐랄까.. 다른걸로는 대체할 수 없는 어떤, 사적인 의미를 갖는 장소나 물건이 있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군대를 다녀와도 적어도 여기는 그대로겠지 했던 곳 중에 한 곳이 폐업 소식을 알렸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설명하기 힘든, 어떤 무서움이 느껴졌다. 만약 여기도 망했으면 어쩌지? 여기는? 그러고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맥주집, 국밥집을 검색해봤다. 폐점이다. 어떻게 세상은 나에게 이럴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스미스도 그렇고 다른 두곳 다 내게 소중한 추억이 많이 있는 곳들이었다. 그 곳들은 단순히 내가 한명의 사람과 한번의 좋은 시간을 즐겼던 장소가 아니라 몇년에 걸쳐서 여러명의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었던 장소들이였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는 군대 전역 후에도 찾아가, 세상 다 변해도 여기만큼은, 이곳에 담긴 내 추억만큼은 여전하겠구나 싶었던 곳들이였다. 이건 마치, 집 정리를 하다가 누군가가 나 몰래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버려버린 느낌이다. 언젠가는 새것으로 바뀔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한번쯤 들여다보면서 내 기억들을 추억하기위해 간직하던 것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라진 것 같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맛 하나때문에 어떤 음식점을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찾아가면 느낄 수 있는, 전에 친구와 나눴던 실없는 대화, 친구와 같이 웃던 기억과 같은 것들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이제는 아마도, 여기서 친구들이랑 재밌었지.. 하는게 아니라 친구들을 자주 데리고 갔었던 그런 카페가 있엇지..라고 하게 될 것 같지만.

나는 추억이 존재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결정이 인생을 바꾼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내 생각에, 추억은 혼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내가 누구인지 더 확고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추억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었지 내 취향이 어떤거였지와 같은.. 내 존재를 결정짓는 것들을 복기하고 스스로 더 단단해질 수 있게 된다고 해야하나. 그 누구하나 날, 내 취향을 알아주지 않아도 내 기억과 추억이 있다면 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를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자신의 본명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처럼 알이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 나를 결정짓는) 기억과 추억의 요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아마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작은 가게들이 폐업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그러한 가게들에 사람 하나하나가 갖고있던 추억들은 또 얼마나 많이 지워졌을까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들도 우울할거라는 생각이 날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 아 물론 뭐 내가 지금 엄청나게 우울하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다만 아쉬움이 아주 클 뿐이다. 어쩌면 나도 사회에 있었으면 서운해 마지않으면서도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면서 금방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지 않았었을까?..하고 생각은 하지만 전역때까진 이 빈자리는 그냥 채워지진 않을 것 같다. 앞으로는 전역때까지, 내가 좋아하던 가게가 아직 생존해있나 굳이 검색해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냥.. 모를 수 있을 때까진 계속해서 꺼내볼 수 있는 좋은 기억으로 남겨둬야, 나 혼자라도, 사회에서 나만의 취향을 가지고서는 존재했던 나를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윗쪽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지금 글을 이렇게 많이 쓰는 이유는 오랜만에 3일의 연휴가 생겼기 때문이다. 뭔가 주말에도 계속 근무가 있었고, 공부하느라 다른거에 신경 쓸 시간이 없기도 했어서 자꾸 미루다 보니 처음 커피스미스 기사를 보고 거의 한달만에 글을 쓰게 됐다.


내가 좋아했던 바로 그.. 국수집에서 팔던 국밥ㅋㅋ 그립다그리워

요건 커피스미스에서 내가 좋아하던 케이크 ㅋㅋ 사진을 워낙 못 찾겠어서 인스타 스토리 보관돼잇던거에서 잘라왔다. 여기도 이제 못가는구나..! 바이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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