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얘기들/일기장

220902 자취 시작, 여름의 끝

RyanKwon 2022. 9. 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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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름의 끝
여름이 끝났다. 무더웠다 라고 할수는 없을 것 같은게, 회사를 다니다보니 낮시간에 바깥을 다닐 일이 크게 없어서 온몸을 땀으로 적셨던 작년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무난하게 시간이 흘러갔던 만큼 크게 설레는 일도, 놀라는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번 여름은 의외의 상황에서 나를 간지럽히는 일이 생겼다.

나는 누구에게 쉽게 빠지는 성격은 아니다. 딱히 까다롭게 사람을 고른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는데,  생각해보면 얼굴이나 체형은 당연히 내 마음에 들어야 하고, 직업이나 성격, 학벌도 크게 모난 부분이 없는 사람들을 원하긴 했다. 실제로 내가 푹 빠졋던 사람들이 그랬던 건 아니지만 그냥 의식적으로는 그런걸 따지게 된다. 누군가는 내게 속물같다 할지 모르지만, 이런건 내가 의식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나도 어쩔 수 없다.

긴 얘기를 적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올해 초에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 있고 거의 6달동안 연락을 했다 안했다, 스킨십도 조금씩 있었다 없었다 하면서 ..그런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친구 ㅋ. 이런 경우에 보통 나는 뒤에 새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계속 미련을 두는 타입이라 친구들도 슬슬 내 얘기를 지겨워하던 찰나, 우연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게 됐다.

오랜만에 너무 설렜고 너무 좋았다. 그냥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던 적은 오랜만이였다.

결과적으로는 잘 안됐다. 내가 아무리 그사람에게 적극적이였어도 우리 사이에 아무런 진전도 없었지만.. 알고보니 그쪽도 본인이 마음에 들면 불도저처럼 밀고가는 타입이였기에, 그 모습을 보고도 더 마음을 주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친구 ㅋ. 

잠깐이라도 그런, 아무 이유없이 기분 좋을 수 있던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기에 이번 여름은 후회가 없다. 날이 선선해지면서 또 있을 가을과 겨울이 기대된다.


2. 자취 시작
드디어 자취를 한다. 방이 잘 안빠지기도 했고 내 조건에 맞는 방이 잘 없어서 자취방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심적으로도 항상 자취를 해야 몸이 편해질 것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집을 한번 떠나면 다시 전처럼 들어오기는 힘들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군대를 전역한지도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집을 나간다는건 쉽지 않은 결정이였다.

아무튼, 한다, 자취. 갑작스럽게 조건이 좋은 방을 보고 바로 가계약을 하고 그로부터 1주 뒤, 계약을 했다. 처음 방 계약한 주말, 차를 렌트해 직접 일부 짐을 옮겼다. 도통 집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월요일 매트리스가 오고, 다이소에서 그릇과 세제같은 것들을 사서 나르니 조금 집같은 모양을 갖추게 됐어도 내 집 같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화요일, 이불이 도착해 처음으로 이 자취방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는데 샤워를 하려 보니 샴푸가 없어, 아직도 너무 많은 것 물품들이 필요함을 알게됐다. 그렇게 수요일, 차를 한번 더 렌트해 남은 짐을 옮겼다.

다음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옷장을 열었는데 비로소 내 집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옷장을 여는 순간, 내가 좋아하는 잠바가 눈에 띄었다. 봄이고 가을이고 몇년째 잘 입는 옷인데, 본가에 있을때 굳이 옷장에 넣지 않아, 항상 내 방에 들어가면 보이던 옷 이였다. 그리고 그 잠바를 보는 순간 여기가 내 집이구나, 하는게 실감났고, 이제 나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섭지만, 설렌다.
앞으로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500에 40, 관리비 포함. 마치 20년6월29일, 내 입대일처럼.

굳이 입대얘기를 왜 하냐, 누가 물을 수 있기에, 걸려있던 잠바 아래에 정리해둔 군복이 같이 눈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함께 남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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