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얘기들/200629~220328 내 군생활(일기)

210916 누군가와 잘 될 수 없다는 것

RyanKwon 2021. 9. 1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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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블로그는 뭐랄까.. 일기도 쓰고 공부하는것도 쓰고 할려고 처음 시작했다. 근데 일단 깃허브랑 연동시키면서부터 이 블로그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공간이 될 수만은 없게 된 것 같다. 깃허브는 포트폴리오처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조금 있고 만약 나중에 내가 회사같은곳에 들어가게되면 거기 사람들이 볼 수도 있으니까?ㅋㅋㅋ 원래 네이버블로그도 했었으니까 어떻게 어떻게 분리를 시키고.. 사진을 내리고 이렇게 해야하나 고민을 조금 했는데 그냥 조금 너~무 사적인 부분까지 얘기 하지 않는 식으로 그냥 지금처럼 일기를 쓸 것 같다.. ㅡㅡ 인생ㅋㅋㅋ 지겨워
블로그 하나 더 파는것도 좀 그렇고;;

아무튼 오늘은 지금 당장 나를 가장 신경쓰이게 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한다. 물론 취업, 자기소개서 이런 것들도 당연히 나를 괴롭히지만(..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나한테 해야 할 과제를 주고 내가 해결해나가면 되는 것들일 뿐이지,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건 아니다. 아무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은 내가 지난번에 만났던 사람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분은 내가 올해 첫 휴가를 나갔던 4월에 우연히 처음 만났다. 만나게 된 과정은 스킵하고..ㅋㅋㅋ 뒤에 약속이 있는 채로 만나게 되서 정말 잠깐동안 같이 있었고, 그래서 이 분에게 마음을 뺏길만한 순간이 있었다고는 못하겠다. 나는 얼굴만 보고 좋아서 따라다니고 그런 스타일은 (더이상) 아니라서, 잠깐 만났던 동안 그냥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만 하고 그 분을 뒤로 한 채 친구를 만났었다.

그리고 며칠의 휴가가 끝나 제주를 다시 오게 됐다. 휴가 전과 다름없이 매일같은 일상을 반복하다가 그냥.. 갑자기 그 사람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다. 연락이 와서 되게 의외라고 하더라. 연락이 다시 올거라고 기대를 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언제 혹시 또 볼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됐다. 잠깐동안 고민을 했다. 군인이라는 사실을 말해야 하나? 지금 육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야하나? 이전에 틴더(데이팅앱)를 통해서 몇몇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경험을 비춰보면 군인이라는 점과 제주에 있다는 점,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점은 상대에게 결코 매력으로 비춰지는 부분이 아니였다.

그래서 일단 군인이라는 것과 제주에 있다는걸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중에 시간되면 만나자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몇주 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뭐 언제 시간 되면 만나자 이런 느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금 서울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나중에 올라가면 연락하겠다 라고 하고..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리고 이 때의 대화가 5월말이다.

그리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연락은 뜸해졌다. 만날 수도 없었고 내가 나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한게 아니라서 얘기할만한 거리도 없었다. 올림픽을 보면서 가끔 뭐하냐고 연락해서 얘기도 하곤 했지만 우리에 관한 얘기는 아니였고 대화가 재미있지도 않았다. 뭐 별 대단한 첫 만남도 아니였지만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아무런 기약없이 처음 본지 몇달이나 지나버린 상황에서 뭔가를 기대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거..긴 하다. 다만 이 분과 나의 차이점은, 이 분은 사회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와 소개팅이든 그냥 우연한 만남이든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것과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였다. 그리고 난.. 휴가때 며칠 사회에 나가고 그 때 있었던 기억을 -다음 휴가 나갈 때 까지 - 내가 사회에 있었을 때의 마지막 기억으로 가질 수 밖에 없다. 기억이 흐릿해져도 어차피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사회’의 흔적 따위는 없기 때문에 나는 쉽사리 그 사람에게 연락하는걸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점점 그분은 연락이 뜸해지고 나만 일방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됐다. 또 내가 먼저 연락해도 난 그분이 그냥 예의상 답장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음 휴가 일정이 잡혔다. 이 때가 8월 말이다.

(이렇게 써놓으니까, 누군가가 이 글을 읽으면 그분이 단답을 하는 그정도 사이까지 됐나? 싶을 수 있지만 사실 꽤 많은 대화를 나눴고 대부분의 경우 단답을 하지도 않았다..ㅋㅋㅋ 그냥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는게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이때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서로에 대한 얘기를 한게 아니라서... 지금 채팅을 보니까 우리가 이런 얘기도 했었구나 싶은 대화도 많다.)

토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동안 휴가를 나가게 돼서, 이번엔 무조건 만나야지 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이분이 평일에는 일이 조금 늦게 끝나서 주말에만 볼 수 있다고 했던거였다. 사실 여기에서 나는 조금.. 이 분이 마음이 예전같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월쯤 연락햇을 때에는, 평일에는 자기 일이 강남쪽이라 저녁 늦게 강남쪽에서 봐도 된다고 했었는데 이번엔 평일은 힘들다고 했던게 문제였다. 물론 정말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나와 관계없이 그냥 본인이 이제 평일은 힘든거일수도 있겠지만 나도 이유와 관계없이 그냥 이분은 정말 날 잊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뭐, 일이 늦게 끝나는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보다도 아쉬웠던건 갑자기 잡힌 휴가가 토요일에 시작이라 이분에게 내가 시간이 된다는 사실을 빨리 말할 수 없었다는 점이였다. 만나자고 했더니 처음에는 조금 주저하는 듯 보이다가 알겠다고 해서, 지난 일요일, 5달만에 이분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뭔가.. 오랜만에 예전에 친했던 친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점점 뭔가.. 마음 한구석에 숨겨뒀던 사실이 크게 느껴졌다. 지금 또 내가 제주에 내려가면 언제 또 만날지 기약이 없다는 점은, 우리는 어차피 잘될 순 없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고 아마 그 분도 마찬가지였을거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점점 친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친밀감이 어느정도를 넘으면 어쩌면 이사람과 내가 잘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되고 나는 거기에서 문제가 시작됬다고 본다. 미래를 상상하는 순간 이 관계는 시작해볼 수도 없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거다. 뭐 둘다 20초반이였으면 모르지만 둘다 두세번정도는 썸이든 연애든 해봤을 나이이고 만날수도 없는 관계의 끝이 어떨지는 대충 감이 오는 나이니까.

이 때 만나고 다음에 언제 만나자 얘기는 안 했지만, 이후로 몇번 내가 카톡을 하고 나서는 딱히 답장이 더 연락을 하고싶지 않아 보여서 나도 연락하지 않았다.

. . .

작년 11월인가, 내가 일병 3호봉쯤 됐을 무렵 군생활이 쉽지는 않았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고 사소한 것들로 욕도 많이 먹었었다. 그리고 그 즈음에 인스타 dm으로 연락하고 지냈던 사람이 있다. 저녁점호만 끝나면 사지방에 가서 새벽 한시, 두시까지 몰래 그분과 연락을 했었고 낮에도 빨리 밤이 되서 그분이랑 연락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연락을 이어오다가 4월쯤 내가 오랜만에 휴가를 나가고 그분도 며칠정도 쉬러 여행을 가면서부터 둘다 조금씩 전과 상황이 바뀌고 연락을 점점 덜 하게 됐다. 뭔가 더이상 그분 생각이 나질 않았고 뭐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습관처럼 연락해본적은 있지만 그분도 답이 예전같지 않았고 나도 전처럼 마음에서 원해서 연락을 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한번 이런 얘기를 했다. 작년에 우리 둘다 뭔가에 미쳤엇나보다, 한번도 만난적도 없는데 친한친구한테도 안할 얘기를 서로한테는 많이 했었다. 그랬더니 그분이 하는 말이, 그때 자기도 힘들었고 나도 힘들었는데 서로 많이 위로가 됐던 것 같고 자기는 지금 우리가 그때처럼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고 해도 그때 서로 도움이 됐다는거에 만족한다고 한다. 친한 친구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리고 내게 많이 도움이 됐던 사람이 내게 이제는 더이상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조금 아쉽지만 나도 그 뿐일 뿐, 그 당시 그런 관계를 누군가와 가질수 있었음에 감사함만 남았을 뿐 더이상 그 분이 생각난다거나 하진 않는다.

저 때는 내가 어차피 누구와 잘될..거라는 기대조차도 하지 않았어서인지 언젠가 연락이 끊길거라는걸 알고 있었고 나도 그분도 자연스레 연락이 줄어드는걸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기대를 했었나보다. 아니면 정말 아무런 관계도 쌓은게 없어서인지 더 이 사람을 찾게 된다. 지금 뭐하는지, 어디인지 궁금하고 또 내가 뭘하는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물어봐주면 좋겠다. 한번이라도 내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가볍게라도 연락해주길 기대하며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고 또 읽기만 한채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으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지금 바쁜지 아니면 최근에 데이팅 앱을 킨적이 있는지 확인해볼까 또 어플을 확인해보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도 날..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할것도 많고 어차피 지금 서로 자주 연락하면서 지내봐야 좋을 것도 없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 몇주정도 지나면 괜찮지 않을까?
2월이 되고 전역을 하면 나도 원하는 만큼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고 금방 이 사람보다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오랜만이라 그냥..2월까지 내 마음이 이대로이면 좋겠다. 한번정도는 나와 이 사람에게 잘 될수 있는 기회를 줘보고 싶다.


그 분과 먹었던 콩국수. 첫 콩국수라 긴장했지만 맛은 괜찮았고 조금 느끼하긴 했다. 김치가 조금 덜 달앗으면.. 명동교자 김치가 그리웠다. 그래도 여름엔 별미로 먹을만 할 듯 하다. 시청 근처 진주회관.
상대편에 이 글의 주인공이 있는데 우연히 당사자가 이 글을 읽게된다해도 (그럴일 없지만) 본인은 자기가 내용의 주인공인지도 모를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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