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난 내년 오늘은 뭐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거창한 일이 있기를 기대하는건 아니지만 뭘 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생각해보자. 글쎄 내년에 잘하면 회사에 바로 붙을테고, 9월이면 이미 출근한지도 두달이 되가는 때일테니.. 우선 회사를 갔다가 집에 올 것 같다. 집에 와서 집밥을 먹고 노트북을 켜서 다음 유튜브 영상은 뭘 찍을지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 밥은 글쎄.. 배달음식일수도 있겠지만 김치찌개면 좋을 것 같다.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회사 근처가 편할 것 같고, 그때는 마스크는 안 쓸 것 같다. 10시에 들어가야하는 일도 없을테니 천천히 식사부터 하고, 술 한잔 하고 막차타고 집에 들어갈 것 같다.
사람은 역시 꿈을 가지고 사는 동물이 맞는 것 같다. 그 왜 있지 않나, 수백년 수천년 전 공리주의를 논할 때에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경우 미래에 대한 희망과 그 기대에 의한 쾌락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의 생명이 동물의 생명보다 소중하다고 했다. 지금 상황이 좋던 나쁘던 더 나은 다음날을 기대할 수 있을 떄 사람은 희망을 가지고 또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힘을 얻는다. 아까 난 가끔 내년의 오늘을 생각한다고 했지만, 몇년 전 나는 몇년 후의 일들을 상상하기도 했었다. 아마 2014~5년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적어도 2018년쯤이 되면 집이 더 나아져서 어쩌면 평창올림픽을 보러갈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2020년에는 다들 돈벌고있을 확률이 크니 도쿄올림픽에 어쩌면 갈지도 모르겠다고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 물론 21년 9월인 지금 얘기하자면 그 두가지 다 이미 못 가본 채 지난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내가 기대했던 것들을 하지 못했다고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물론 이것저것 하고싶었던걸 하면 더 좋았겠지만 난 그동안 내 시간을 다른 예 상치 못했던 좋은 일들로 채웠고 그걸로 만족했기 때문에.
작년은 정말 우울했다. 내 복무 기간은 1년9개월이라는 ..그냥 딱 봐도 긴 시간이지만, 특히 내년 난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정말정말.. 암울한 기간이다. 몇월에 입대하든 아 내년도 부대안에 있다가 끝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기때문에. 아무튼, 작년은 정말 우울했다. 내년 오늘 뭐 하고 있을까?를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해도 좋게 생각할 구멍이 없었다. 부대 안에 있겠지 뭐.. 정도의 생각에서 더 이상 나은 모습을 상상할수가 없었다... 정말 너무 막막했던 것 같다. 일이 힘들진 않았다. 공군은 원래 보직을 선택할 수가 있고 난 내가 원하는 보직에 들어갈 수 있었어서.. 아 좀 힘들긴 했지 ㅋㅋ 선임들 많고 했을땐. 그래도 그것보다도 난 내년에도 이 안에서 있어야한다는게 가장 날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무려 4계절이 또 지나도 이 안에 있을거라는 생각, 아직 겨울도 안됐는데 또 한번의 겨울을 맞고 나서야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치... 영영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곳에 날 던져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내가 훈련소에 들어간지 거의 정확히 일년 3개월이 됐다. 내 군생활도 이제 6개월 남짓 남았다는 뜻이다. 전역이 조금씩 가까워지고있는게 느껴진다. 특히 내년 오늘 생각을 할때 가장 체감된다.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직도 내년 오늘도 난 부대에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년 오늘 난 아직 회사에도 아직 안 다니는 그냥 백수엿는데 이제는 조금 더 나은 나도 상상할 수 있다. 어쩌면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 모르고, 어쩌면 데이트도 가끔 하고 어쩌면 누나랑 연애얘기나 하고 결혼얘기나 하고있을지도 모른다.
염색을 했을 수도 있다. 친구 보니까 삼성전자는 염색해도 되는것 같다. 다른 아이티쪽 회사들은 더 자유롭다고 하고. 지난번에 산 팔찌가 아직 안 망가졌으면 팔찌도 아직 하고 다닐 것 같고, 머리는.. 짧은게 관리하기 쉬우니까 그냥 짧게하고 다닐 것 같다. 살은.. 좀 빼..ㅆ으려나 ㅋㅋㅋㅋㅋ모르겟당.. 빼서 나가고싶긴 하고 또 그러려면 지금부터 빼야하는데 어.. 몰겟당 아니 뭘 몰라 빼야지!!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가끔 우울하긴 하지만 작년보다는 나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왜냐면 난 내년 오늘, 확실히 지금보다 나은 하루를 보낼거라는 확신이 있기때문에. (걍 선임들 다 나가서 그런건가?ㅋㅋㅋㅋㅋ 짜증나는 후임들이 그만큼 들어왔으니.. 이건 상쇄됐다 치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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