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자기 라디오가 듣고 싶었다. 티비를 보기 싫어서 아니면 넷플릭스를 보기 싫어서가 아니다. 평소처럼, 손톱을 깎으면서 노래를 듣다가 문득 라디오를 듣고 싶어졌다. 요즘 핸드폰은 안에 라디오 안테나가 없을텐데 어플이 있어서 어플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처음 라디오를 들었던건 중학생때였다. 그 당시에 워낙 학원을 많이 다녔고 학원버스를 탈 일도 많았기 때문에 학원차 아저씨가 버스 안에서 트는 라디오를 들을 일이 많았다. 그 때 나는 엠피쓰리가 있었어서 사실 굳이 라디오를 들으려면 노래를 안 듣는 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가끔은 그냥 재밌는 사연이 나오는 것 같아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새벽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던 적도 있는데, 아직도 기억이 나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 검색해보니 폐지된 걸로 나오는데, 신동 박규리의 심심타파.ㅋㅋ 그 당시에는 신동, 박규리님이 진행했었다. 밤에 사연을 읽어주기도 하고 두 분이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는데 박규리님이 노래를 꽤 잘해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에 이 프로그램이 밤12~새벽2까지 진행을 했었어서 나는 집에서 쉬면서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가장 잘 들었던 것 같다. 자기 전에 듣는정도? 공부할때에 라디오 들으면 집중 안되니까. 8시경에 했던 강인 태연의 친한친구..(아마도) 도 가끔 들었고 10시에 했던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가끔 들었다. 시간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이런 느낌으로 항상 8시부터 새벽2시까지는 내가 들을 만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각각 외우고 다녔을 정도로 나는 라디오를 꽤 자주 들었다.
라디오를 들으면 좋은 점은 음.. 지금 생각해보면 대충 두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재미있는 사연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는 점, 두번째는 내가 몰랐던 좋은 노래들을 많이 알게된다는 점이다. 라디오 특성상 중간 이상으로는 히트친, 꽤 유명한 노래들이 많이 나오지만 최근 노래만 나오는건 아니기때문에 다양한 시대에서 소소하게 유행했던 노래들까지도 많이.. 나온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라디오를 듣다가 나도 모르는 좋은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나중에 제목을 찾아보기 위해 가사를 외우려고 노력했던 기억들이 바로 어제처럼 선명하다. 그렇게 해서 내가 알게된 대표적인 노래는 델리스파이스 고백이다. 워낙 유명한 노래라 어떻게든 알게됐겠지만, 중학생?고등학생 어느 날 택시안에서 우연히 들었던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아서 하지만 미안해- 부분을 검색해 바로 노래를 다운받았던 기억이 난다.

위에도 얘기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공부할때에 라디오를 들으면 방해가 되는걸 느끼고 점점 라디오를 듣는 시간을 줄였다. 그게.. 2011년이다. 2010년부터 2011년중반까지 일년 반정도는 라디오를 자주 들었었고 그 이후에 거의 아예 안 들었었다. 자동차가 있는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지금 다시 라디오를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10년새 기술이 많이 발전한건지 그냥 시스템이 많이 좋아진건지 이제는 지금 나오는 노래의 제목과 가수를 알려주는 채널도 있다. 전처럼 가사를 듣기위해 애쓰지 않아도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서운함도 같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채널도 있다. 아까 글을 쓰기 시작했을땐 이선희님의 다시 필 사랑 위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이 글을 썼는데 사실 원래 알던 노래는 아니고, 노래가 좋아서 검색을 해보니 저 노래더라. 그리고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시점에는 she라는노래가 나오고 있다. 무슨 노래지?하겠지만 들으면 다들 알거다.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주연 노팅힐에 나온 노래인데, 음.. 이렇게 평소에는 굳이?하면서 찾아듣지 않던 좋은 노래를 우연히 듣게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게 라디오만의 매력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어쩌다 보니 라디오만 들으면 옛날 생각이 난다. 더 이상 나의 현재와 같이 가고있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아쉽다. 아마도 내가 차를 사기 전까진 계속 이럴 것 같다. 차 안에서 유튜브를 볼 순 없으니 차를 사면 라디오를 다시 많이 들을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막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강박도 조금 덜 할테니까. 그때까진.. 한가할 때만 라디오를 들을 수 있어서 이런.. 노스탈직한 기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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